
사주로 읽는 이야기 · 3분 읽기
자꾸 다투는 이유가 성격 탓만은 아니었다
이 이야기는 사주의 흐름을 쉽게 보여 드리려고 지어낸 것으로, 등장인물과 사연은 실제가 아닙니다.
결혼 6년 차 민호 씨와 지은 씨는 큰일로 싸운 적이 없습니다. 문제는 작은 일이었습니다. 주말 계획을 언제 정할지, 설거지를 바로 할지 나중에 할지, 친구 모임에 몇 시까지 있을지. 하나하나는 별것 아닌데, 쌓이니 서로 지쳐 갔습니다.
「당신은 왜 늘 미리 정하려고 해?」 「당신은 왜 늘 닥쳐서 하려고 해?」 같은 말이 오가면 둘 다 상대가 자기를 몰라준다고 느꼈습니다. 싸움은 늘 같은 자리에서 시작해 같은 자리에서 끝났습니다. 화해는 했지만 무엇이 풀렸는지는 둘 다 몰랐습니다.
가장 크게 부딪힌 건 지난여름 휴가였습니다. 지은 씨는 석 달 전부터 숙소와 동선을 정리해 두었고, 민호 씨는 도착해서 마음 가는 대로 다니고 싶었습니다. 둘째 날 아침, 지은 씨가 짠 일정표를 두고 시작된 말다툼은 결국 남은 일정을 따로 보내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은 오래도록 조용했습니다.
나란히 놓고 보니
어느 날 지은 씨가 반쯤은 재미로, 반쯤은 답답한 마음에 두 사람의 사주를 나란히 펼쳐 봤습니다. 사주에는 사람마다 힘이 많이 몰린 쪽과 비어 있는 쪽이 있습니다. 민호 씨는 순간의 흐름을 타며 움직이는 힘이 강했고, 지은 씨는 틀을 세우고 지키는 힘이 강했습니다. 민호 씨에게 계획표는 발목을 잡는 끈 같았고, 지은 씨에게 계획 없는 하루는 발밑이 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없는 것을 가진 사이였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지은 씨가 민호 씨의 즉흥적인 매력에 끌렸던 것도, 민호 씨가 지은 씨의 단단함에 기대고 싶었던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끌림이 생긴 바로 그 자리에서, 시간이 지나 부딪힘이 생겼던 겁니다. 연애할 때 설렘이던 차이가, 함께 살면서 매일 마주치는 차이가 된 것이지요.
「당신이 날 무시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원래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었구나.」
부딪히는 자리를 미리 알면
두 사람의 사주를 겹쳐 보면, 서로 잘 맞물리는 자리와 쉽게 긁히는 자리가 함께 보입니다. 민호 씨와 지은 씨는 돈 쓰는 일과 아이 키우는 일에서는 의외로 생각이 잘 맞았습니다. 반면 시간을 쓰는 방식, 쉬는 방식에서는 정반대였습니다. 싸움이 늘 주말과 휴가에 몰렸던 이유가 거기 있었습니다.
부딪히는 자리를 알고 나니 미리 정할 수 있는 것이 생겼습니다. 두 사람은 「큰 틀은 지은 씨가 잡고, 그 안에서의 순서는 민호 씨가 정한다」는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휴가 때는 하루의 반은 계획대로, 반은 발길 닿는 대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서로의 방식에 하루의 절반씩을 내어 주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툼의 모양을 바꾸기
사주가 싸움을 없애 주지는 않았습니다. 지금도 두 사람은 가끔 다툽니다. 다만 싸움의 모양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당신은 왜 그래」로 시작했다면, 이제는 「아, 또 그 자리구나」 하고 웃으며 멈출 때가 많아졌습니다. 서로의 방식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걸 알고 나니, 같은 말도 덜 아프게 들렸습니다.
궁합은 좋다, 나쁘다로 끝나는 점수표가 아닙니다. 어디서 서로 끌리고 어디서 부딪히기 쉬운지 알려 주는 지도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좋은 길도 지도 없이 걸으면 헤매고, 험한 길도 지도가 있으면 쉬어 갈 자리가 보입니다. 가까운 사람과 같은 자리에서 자꾸 부딪힌다면, 그 자리가 어디인지 한 번 들여다볼 만합니다.


